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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생 / 서산대사

최영장군 2024. 2. 22. 11:29
인생 / 서산대사 
 
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구이며, 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구이며, 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구인가?
가난하다 서러워 말고, 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, 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오. 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.
가진 것 많다 유세떨지 말고, 건강하다 큰소리치지 말고, 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. 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. 잠시 다니러 온 이 세상, 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, 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,

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가 가세. 다 바람 같은 거라오. 뭘 그렇게 고민하오. 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오. 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, 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라오. 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. 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, 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 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. 다 바람이라오. 버릴 것은 버려야지, 내 것이 아닌 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 하리오.
 
줄게 있으면 줘야지, 가지고 있으면 뭐 하노. 내 것도 아닌데. 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 마오.
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 묶어둔다고 그냥 있겠오. 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오. 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, 삶에 억눌려 허리 한 번 못 펴고 인생계급장 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 났다고 남의 것 탐내시오.
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. 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를게 있오.
 
살다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 만은 잠시 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 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오. 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 아니요.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.
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 하지 않소. 그렇게 사는 겁니다. 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오, 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쓰러짐이라 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. 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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